인생
그녀는 젊어서 남편을 잃었습니다. 그래서 세 아이를 키우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해야 했습니다. 농번기에는 이웃 마을의 일거리까지 찾아다녔습니다. 농한기에는 땔감을 해서 팔았습니다. 뼈가 으스러질 만큼 일했지만 배고픔과 추위를 겨우 면할 정도였습니다.
장성한 자식들이 하나씩 도시로 떠났습니다. 마지막으로 막내가 떠나던 날, 그녀는 삶을 지탱하던 기둥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끼니를 거르고 텅 빈 방에 누웠습니다. 천장의 꽃무늬 벽지를 헤아리다 선잠이 들었습니다. 몽롱한 의식 속으로 지난 일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쌀통은 비었는데 아이들은 배고파 울고, 시장바닥에서 처음 시래기를 줍던 날, 공사장에서 벽돌을 이고 열길 아래로 떨어질 뻔 한일, 싸움에 휘말려 칼부림 당했던 일들이 한 데 엉켜서 어지러운 태풍이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날카로운 억새 잎이 살을 파고 들었습니다.
이른 새벽 눈이 뜨였습니다. 마음은 텅 빈 곳간 같은데, 몸은 습관처럼 움직였습니다. 농사를 지어도 먹어 줄 사람이 없고, 방을 데워도 머물러 줄 사람이 없었지만, 하던 일을 놓지 못했습니다. 굽은 허리에 척추 뼈가 앙상하게 드러나서 울퉁불퉁해졌습니다. 그 위로 땔감으로 쓸 나무를 지어 날랐습니다. 거친 통나무 껍질이 허리뼈를 파고 들었습니다. 몸서리치게 아프지만, 이미 일상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 고통이 시름이 되어 얼굴에 깊은 주름으로 패였습니다.
그날도 땔감으로 쓸 통나무를 메고 산을 내려오는데 손자가 달려와 껴안았습니다. 오랜만에 골 패인 주름 사이로 웃음이 묻어났습니다. 큰아들 내외가 내려온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