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다.
비가 온다. 빗방울이 나뭇잎에 떨어진다. 땅속으로 스며든다. 물이 만나 계곡을 흐른다. 바위에 부딪치고, 모래를 쓸어 내린다. 나뭇잎을 둥둥 띄워 춤추게 한다. 물살이를 키우고 수초에 휘감긴다. 댐에 갇혀 썩기도 한다. 물이 넘쳐 강을 지난다. 강가의 아름다운 풍경에 빠진다. 도시를 지나며 온갖 것들을 품에 안는다. 사람들의 슬픔과 생활의 고단함, 삶의 밑바닥에 있던 것들이 모두 강으로 모인다.
이때쯤이면 기쁨도, 슬픔도, 고통도 알게 된다.
결국은 바다에 이른다. 그때 비로소 알게 되겠지. 언제나 바다와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을. 그동안 겪은 수많은 사연들은 그것을 알기 위한 과정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