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먹다
지구는 오랫동안 아무도 살지 않는 땅이었습니다. 한없이 넓은 우주 공간에 별이 되어 홀로 있으려니 외로웠습니다.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 별은 다른 별을 끌어당깁니다. 그것을 허락한 작은 별은 별똥별이 됩니다. 보통 중간에서 타버리고 말지만, 남아있는 일부가 큰 별과 만나기도 합니다. 지구도 별똥별이 되어 태양의 품으로 날아가고 싶었습니다. 태양이 보내 주는 따뜻한 볕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햇볕으로 따뜻해진 지구에 새싹 하나가 땅을 헤집고 나왔습니다. 새싹은 쉴 새 없이 재잘거렸습니다. 지구는 이제 외롭지 않았습니다. 새싹을 키우는 일이 존재 이유가 되었습니다. 새싹은 자라서 꽃을 피웠습니다. 머지않아서 황량했던 땅이 녹색으로 덮였습니다. 어떻게 생겨났는지, 어디서 왔는지 벌과 나비들이 날아다녔습니다. 곧이어 나무들도 자라났습니다. 숲이 무성해지자 새들이 지저귀고 많은 동물이 태어났습니다. 식물들은 지구가 주는 자양분으로 풍성한 열매를 맺고, 동물들은 그것을 먹었습니다. 지구는 자기 속에 사는 생명을 사랑했습니다.
한 존재는 특별했습니다. 날개가 보이지 않는데도 하늘을 날았습니다. 마음먹은 대로 어디든 날아다녔으니 마음 안에 날개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새들은 먹이를 찾아 날았지만 그들은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서 날았습니다. 그들은 새들이 먹는 과일 따위는 먹지 않았습니다. 태양이 주는 에너지를 먹고, 바람이 주는 에너지를 먹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존재들처럼 먹이를 찾아 경쟁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일에만 열중했습니다.
그렇게 온 지구를 날아다니던 한 무리가 새들과 어울렸습니다. 새들이 과일을 따 먹을 때, 그들도 같이 먹었습니다. 과일 맛을 본 그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하고 계속 먹었습니다. 과일이 맛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그들 모두가 먹게 되었습니다. 과일이 부족해지자 동물을 사냥해서 먹는 이들도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자 차츰 날지 못하는 이들이 나타났습니다. 음식에 대한 욕심이 마음속의 날개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는 아무도 아름다움을 찾아 날지 않았습니다.
세월이 흘러서 그들은 날 수 있었다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새들을 부러워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애써도 날개를 가질 수는 없었습니다. 더 좋은 날개가 자신의 마음속에 숨겨져 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습니다. 부러움은 결국 시기심으로 자라고 욕심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들은 무엇이든 자신들의 편리를 위해 이용하고, 먹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먹었습니다. 모든 것이 그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은 만족하는 법을 몰랐습니다. 지구는 다 내어 주었습니다. 그들은 더 얻어 낼 것이 없어지자 지구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지구는 살점이 뜯기는 아픔을 견뎌야 했습니다.
"내 몸이 사라지면 너희도 살 수 없잖니? 이제 그만!"
지구는 수없이 많은 경고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듣지 않았습니다. 이미 그런 삶에 젖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