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새싹 키우기
아무 것도 하는 일 없고, 먹을 것 달라고 졸졸 따라다니고, 심지어 똥 누면 치워 주기까지 해야 한다. 돌이켜 보면 강아지가 나에게 해 준 것은 별로 없다. 외출했다 돌아오면 반가워 해 준 것, 쓰다듬어 달라고 머리를 들이밀면 귀찮아도 만져줘야 하는 번거로움을 준 것 정도다. 그런데도 잘 먹어줘서 고맙고, 아프지 않아서 고마운 것은 왜일까?
아마도 그가 나에게 순수한 사랑을 주었기 때문인 것 같다. 아무 사심 없는 사랑이 와 닿아서 내 마음을 그에게로 향하게 한 것은 아닐까? 또는 부모가 어린 자식에게 갖게 되는 책임감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내 손길이 닿지 않으면 안 되는, 내가 책임져야 하는 관계, 그래서 건강한 그가 고마운 것이다.
이것이 사랑이라면, 사랑은 서로를 귀찮게 하거나, 책임감으로 묶여 있을 때, 마치 새싹이 자라듯 피어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서로 부대끼며 정이 들고 사랑도 같이 자라는 것일 게다. 작은 사랑을 주고받으며 매일 사랑의 싹을 키워가는 것일 게다.